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아이유, 밤편지)
밤편지 - 아이유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나 우리의 첫 입맞춤을 떠올려
그럼 언제든 눈을 감고
음 가장 먼 곳으로 가요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여기 내 마음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어떻게 나에게
그대란 행운이 온 걸까
지금 우리 함께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요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또 그리워 더 그리워
나의 일기장 안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이길 바라요
[ 아리칼럼 ]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 아이유, 「밤편지」 -
이건 사실 비밀인데, 목소리가 듣고 싶다. 정말. 핸드폰에 그의 이름을 누르다가 그만둔다. 밤이 너무 늦었다. 이게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몇 번을 망설이다 차마 전화하지를 못 한다. “보고싶다!” 누군가를 짝사랑해 본 적 있는가. 정말 사랑하면 조심스러워진다. “사랑한다”는 말로 다 표현 안 되는 그리운 마음. 이러한 아린 마음이 잘 담겨진 노래가 있다. 아이유가 가사를 쓰고 부른 <밤편지>라는 곡이다.
1. 제목
“밤”과 “편지”라는 단어가 만나서 제목이 되었다. 모두가 잠든 밤의 그 조용한 쓸쓸함이 느껴진다. 한적한 밤에 오롯이 그대만 가득하다. 또한 사각사각 연필로 편지를 쓰는 모습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편지를 쓰는가. 고민하며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마음도 꾹꾹 담겨있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 한 켠이 울컥하듯이, “밤편지”라는 제목만으로도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2. 그립다
“그립다”라는 말이 두 번 나온다. 3연에서 “늘 그리워 그리워”, 6연에서 “또 그리워 더 그리워”라고 한다. 반복은 운율을 형성한다. 6연에서 “또”와 “더”라는 단어가 추가되어 그리운 마음이 더 심화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하기에, 보고픈 마음은 혼잣말이 되고. 반복되는 혼잣말에 곡조가 붙어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
3. 사랑한다는 말은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부재한다. 이 시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사랑이라는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이 노래에는 ‘(사실 이것은) 사랑한다는 말이에요’가 모두 3번 반복되어 운율을 형성한다. 마지막 4번째는 변주가 된다.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 사랑한다는 말 → 좋은 꿈이길 바라요” 즉, “A→ A→ A'→ B”이다. 하지만 마지막 행을 바꾸므로 단조롭지 않게 해준다. 사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닌 척, 점차 그 말을 잇지 못하고 “음”하고 멈칫하더니 다른 말로 사랑한다는 말을 바꾸어 표현한다.
4. 정말로 사랑한다면 조심스럽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한용운의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단순히 좋아하는 차원이라면 가볍게 만나고 쉽게 헤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난다면 조심스러워진다. 그대가 떠날까봐. ‘사랑의 일곱계단’이 있다고 한다. “I meet you, I think you, I like you, I love you, I want you, I need you, I am you.” 좋아함을 넘어 사랑이 되면 오히려 그 말을 못한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내 마음 속의 색깔과 달리 선명한 색을 내지 못 한다. 발화자의 메시지는 청자가 이해한 메시지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의미는 손실되고 변형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나의 마음이 상대방에 완벽하게 전달되기는 어렵다. ‘사랑한다’는 단어로는 사랑하는 마음이 온전히 담기지도 않는다.
5. 사랑한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은 부재하지만, 가사를 보면 "반딧불을 사랑하는 사람의 창 가까이 보내고", 아마도 사랑한다는 글이나 그 사람의 이름으로 유추되는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를 떠올리고. 보여줄 수 없다는 "일기장 안에 모든 말"은 아마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사랑하는 말 대신 어떤 말이 있을까. 나태주 시인의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라는 시가 있다. 사랑하니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 것이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따뜻하게 입고 다녀" 이런 말도 사랑한다는 말의 변주일 것이다. 아이유는 "잠들어 있는 그 사람한테 ‘내가 너를 좋아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가 반딧불을 보내서 너의 창을 지켜서, 네가 이 밤 동안 정말로 좋은 잠을 잤으면 좋겠어. 근데 생각해보니 이게 사랑인 것 같아.’라고 고백을 하는 것"이라고 창작의도를 밝혔다. 자고 있는 사람에게 불쑥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푹 쉬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반딧불을 보내며 안녕을 빌어주는 모습이 더 차원 높은 사랑이 아닐까.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는 지금의 나의 마음과 같기 때문이다. 나는 짝사랑 중이다. 비밀이다. 이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이 보고싶다. 이 노래 속 등장하는 사랑하는 사람은 과거의 연인일 수도 있고. 사별한 연인일 수도, 아주 먼 곳에 있는 연인, 짝사랑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짝사랑 중이라 그런가, 자꾸만 그 사람 생각을 소환시켜준다. 이 노래는 처음 연과 마지막 연이 비슷한 수미상관 구조이다. 나의 그리움도 처음과 끝이 맞물려 끝이 없다. 너무 바쁜 세상이다.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등을 포기한 N포 세대 시대라고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사치 같이 여겨졌는데,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그 사람이 참 고맙다. 그리고 나는 고백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그 사람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다만 그 사람이 행복하길 한 발자국 떨어져서 빈다. 사실 우리 둘은 사랑한다는 말은 부재하지만, 어쩌면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와 같이, 아니 이보다 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말이 있다면 그 말을 선물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