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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과거의 편린(片鱗)(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아리 칼럼 ] 아련한 과거의 편린(片鱗) -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퇴근하고 밤 늦게 집에 돌아왔다. 온종일 목을 감싸고 있던 넥타이가 갑갑하게 느껴진다. 현관에 들어서자 문수가 다른 아이들 신발이 놓여있다.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박목월, 「가정」)라고 속삭여본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반복에 함몰되어 가는 듯하다. 그저 아내와 아이들을 보며 견디는 삶일 뿐이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내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 때는 기개 넘치게 노래를 불렀다. 이제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 시절이 내게는 마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와 같다. ‘희미한 옛..
사소함으로 불러보리라(황동규, 「즐거운 편지」) [ 아리칼럼 ] 사소함으로 불러보리라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생일 선물 받고 싶은 것 있어?”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어라 대답하겠는가. 그런데 정인은 “다른 건 필요 없고 편지 한 통이면 된다.”고 말한다. 그날 밤 우체통에 편지가 없어서 실망하려던 찰나, 남편 환유가 등장하여 멋지게 편지를 읽어준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이하생략)” 국문학과 대학생인 정인은 살짝 핀잔을 주면서도 행복해한다. 왜냐하면 이는 환유가 직접 쓴 편지가 아니라, 사실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라는 시였기 때문이다. 박신양(환유)과 故최진실(정인) 주연의 영화 ‘편지’(1997)의 한 장면이다. ‘편지’라는 ..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나를 생각하나요?(윤동주, 『별 헤는 밤』) [ 아리칼럼 ]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나를 생각하나요? - 윤동주, 『별 헤는 밤』 - 문득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구나 깨닫는 순간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을 때, 홀로 걸을 때 그 사람이 떠오른다. 당혹스럽다. 지금 내 옆에 없는데, 오히려 내 마음 속 그대는 더욱 선명해질 때. 아! 그대와 나의 거리(물리적, 감정 등)는 나를 홀로 노래하게 한다. 그리움은 혼잣말이 되고, 이것들이 이어져 노래(시)가 된다. 그러면서 홀로 있는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대와 닿을 수 없는 실패한 사랑을 통해 나 자신을 더욱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나르시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용운 시인은 “모든 기룬 것은 다 님”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그리워하는 애틋해하는 대상은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고향일 수도, 어..